배변패드를 삼킨 4개월 말티즈 희망이
의식을 잃은 채 안겨 온 4개월 말티즈 희망이. 응급처치로 순환을 되살린 뒤 내시경으로 위 속 배변패드 조각을 모두 꺼냈고, 그날 저녁부터 회복이 시작됐습니다.

수의학박사 원장이 직접 진료하고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축 늘어진 채 안겨서 왔습니다
생후 4개월 된 말티즈 희망이가 갑자기 힘없이 늘어진 상태로 내원했습니다. 평소 워낙 활발하던 아이라 의료진 모두가 놀랐고, 곧바로 안아 처치실로 옮겼습니다.
의식은 거의 없었고 온몸에 힘이 빠져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체중이 1kg도 되지 않는 데다 여러 검사를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최소한의 검사로 최대한의 단서를 찾아야 했습니다. 호흡이 힘들어 보여 산소를 공급하면서 모든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최소한의 검사로 원인을 좁혀갔습니다
먼저 신체검사와 혈당 확인을 했습니다. 탈수 소견과 함께 심한 저혈압, 매우 불규칙한 심박이 확인됐습니다. 청진상 심장과 폐 소리는 정상이었지만 청색증이 있었고 힘을 들여 숨을 쉬는 노력성 호흡이 관찰됐습니다.
혈당 수치로 어린 강아지에서 종종 보이는 저혈당 쇼크를 먼저 제외했고, 후두경으로 상부호흡기를 살펴본 결과 구조와 움직임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병력과 신체검사를 종합해 순환 문제로 인한 저혈량 쇼크를 의심하고 응급처치에 들어갔으며, 처치가 이어지면서 의식과 심박수, 혈압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상태가 조금 안정된 뒤 조심스럽게 촬영한 엑스레이에서는 호흡곤란이나 실신을 설명할 만한 심장·폐 이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복부에서 위가 늘어나 있고 위 안에 내용물이 가득한 모습, 그리고 소화기 전반에 가스가 찬 소견이 확인됐습니다. 마지막 식사가 8시간 전이라고 하셨기에 다시 여쭤보니, 당일 새벽에 배변패드를 뜯어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진행한 복부초음파에서는 위 내용물의 정체와 장 대부분 분절의 운동성 저하가 보였습니다. 담낭에서도 이상 소견이 있었는데 간담도계 문제일 수도 있었지만 병력과 다른 검사를 함께 고려해 과민성 쇼크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혈액검사에서는 간수치 상승과 빈혈, 전해질 불균형이 확인됐습니다.

내시경으로 이물을 꺼냈습니다
반나절 넘게 치료를 이어갔지만 통증과 호흡 불편감, 식욕 저하가 풀리지 않았고 위 내 정체도 그대로였습니다. 아이가 워낙 어리고 작은 데다 쇼크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취 위험이 높았지만,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악화는 시간문제였기에 조심스럽고 신속하게 내시경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식도에는 뚜렷한 이상이 없었고, 위 안에서 다량의 이물이 확인됐습니다. 다른 것들도 섞여 있었지만 대부분 배변패드 조각이었고, 먹은 지 오래돼 보이는 조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위 점막은 이미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식도와 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제거를 여러 차례 반복했고, 소화되지 않은 이물을 모두 꺼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유문부까지 확인한 뒤 내시경을 마쳤습니다. 조각들의 상태와 위 점막 상태로 미루어, 패드를 그날 하루만 먹은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먹어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달라졌습니다
이물을 제거한 그날 저녁부터 희망이는 눈에 띄게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스스로 밥과 물을 먹었고, 걸어 다니다 이따금 뛰기까지 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배가 아팠을지 짐작이 갔습니다.
다음 날 검사에서 위 내 저류가 해소되고 다른 소화기 분절의 움직임도 돌아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담낭도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병력과 빠른 호전 속도를 함께 고려해 과민성 쇼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혈액검사에서도 간수치가 뚜렷하게 좋아져 퇴원 후 통원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뒤 재진에 온 희망이는 원래의 발랄한 모습이었습니다. 보호자님도 퇴원 3일 정도 뒤부터는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하셨고, 병원 안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에 의료진 모두가 마음이 놓였습니다.
보호자님께 드리는 말씀
배변패드에는 흡수제가 들어 있어 삼키면 잘 소화되지 않습니다.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때로는 위나 장을 막을 수 있고, 화학물질로 처리된 제품이라면 중독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희망이처럼 작고 어린 아이나 노령견에게는 특히 더 위험합니다.
이물 섭식은 아이가 원래 지니고 있던 질환이 아니라 상황만 없었다면 겪지 않았을 문제여서 늘 안타깝습니다. 성향에 따라 완벽히 막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지만, 한 번 겪었다면 다시 같은 일이 없도록 환경을 함께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강아지가 배변패드를 삼켰는데 지금은 멀쩡해 보입니다. 지켜봐도 될까요?
패드의 흡수제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장관 염증이나 폐색을 일으킬 수 있고, 화학물질로 처리된 제품은 중독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희망이의 경우에도 조각이 오랜 기간 위에 쌓여 있다가 갑작스러운 쇠약으로 나타났습니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더라도 진료 시 상담이 필요합니다.
Q. 이물이 확인되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하나요?
희망이는 위 안에 남아 있는 이물이었기 때문에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물의 위치와 크기, 아이의 상태와 마취 위험도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지므로, 개별 판단은 진료 시 상담이 필요합니다.
Q. 이물 제거 후 회복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희망이는 제거 당일 저녁부터 스스로 먹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다음 날 검사에서 위 내 저류와 간수치가 호전돼 퇴원 후 통원치료로 전환했습니다. 보호자님 말씀으로는 퇴원 3일쯤 뒤에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회복 속도는 손상 정도와 기저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이 글은 병원 공식 블로그의 진료 기록을 홈페이지용으로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원문 보기
아이마다 상태가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내원 진료를 통해 안내드립니다.